25일 서울 송파구 유한킴벌리 회의실에서 열린 ‘예비부모 간담회’에서 예비부모 3명이 다른 직원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유한킴벌리 제공
“둘째 아이 정말 축하드립니다.”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유한킴벌리 회의실. 임신 25주 차 배우자를 둔 이은창 씨(36)가 꽃다발과 젖병, 임산부 간식 등 8가지 축하선물을 품에 안았습니다.
이날 기자는 유한킴벌리가 분기마다 여는 ‘예비부모 간담회’에 참석해봤습니다. 본인 또는 배우자가 임신한 직원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등 국가와 회사에서 제공하는 제도를 설명해주고 질의응답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출산·육아휴직 후 ‘복직률 100%’를 자랑하는 회사에는 어떤 비결이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유한킴벌리의 이 행사는 2009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임산부 간담회’로 시작했지만 2021년부터 배우자가 임신한 남성 사원으로까지 참석자가 확대되면서 이름도 바뀌었습니다.
간담회에선 육아휴직을 앞둔 직원이라면 한 번쯤 떠올릴 법한 질문도 나왔습니다. 임신 15주 차인 디자이너 김민경 씨(32)가 “출산휴직이 진급 심사에 불리하게 작용하진 않을까요”라고 묻자 인사담당자는 임신·출산·육아와 관련해선 모두 정상참작하니 불이익은 전혀 없다고 단언하더군요.
해당 직원이 속한 부서의 리더(팀장급)도 간담회에 의무로 참석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휴직으로 눈치받지 않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취지라고 합니다. 김 씨는 “다른 10년 차 미만 주니어 팀원 3명 모두 이미 육아휴직을 썼거나 곧 쓸 예정”이라며 “남은 사람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란 사내 분위기가 잘 조성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출산과 육아에 따른 휴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은 이미 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유한킴벌리는 그 법을 따르고 있을 뿐입니다. 거액의 축하금도 없습니다. 결국 차이는 문화가 아닐까요. 간담회에서 만난 디자이너 하재강 씨(32)는 “회사가 배려해주는 분위기다 보니 결혼 6개월 만에 아이를 가질 수 있었다. 아니었다면 정말 많이 고민했을 것”이라더군요.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기에 결정하는 배경도 다양합니다. 다만 유한킴벌리의 사례는 꼭 금전적 혜택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출산 장려’가 가능하다는 걸 잘 보여주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