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이 아닌 게 아쉽지는 않았다. 언제라도 마운드에 오를 준비는 돼 있었다.”
덕수고 2학년 사이드암 투수 안규현(사진)이 등판한 것은 0-0으로 맞선 4회 무사 1루. 동기인 선발 한주성이 강릉고 김선중에게 안타를 맞은 직후였다. 안규현은 첫 타자를 상대하면서 폭투까지 내줘 무사 2루의 위기를 맞았다. 흔들릴 만도 했지만 그는 침착했다. 강릉고 4번 최수민과 5번 정영훈을 잇달아 삼진으로 돌려 세운 뒤 2루 주자 김선중까지 견제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안규현의 탈삼진 능력은 7회에 다시 빛났다. 선두 타자 김선중에게 왼쪽 담장까지 굴러가는 3루타를 맞고 난 뒤였다. 무사 3루에서 그는 상대 4, 5, 6번 타자를 잇달아 삼진으로 솎아냈다. 9회에는 선두 타자 조용준에게 2루타, 다음 타자 김선중에게 안타를 맞고 더블 스틸까지 허용해 실점했지만 다시 강릉고 4, 5, 6번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경기를 마쳤다. 6이닝 동안 4안타 1실점했고 탈삼진은 11개를 기록했다. 안규현은 “매 이닝 선두 타자를 상대할 때 집중력이 조금 떨어졌던 것 같다. 슬라이더가 잘 들어간 덕분에 탈삼진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안규현은 양천중 1학년 때 본격적으로 투수를 하면서 사이드암으로 변신했다. 같은 사이드암 투수인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임창용을 좋아한다는 안규현은 “삼진을 잡을 때 짜릿하다. ‘닥터K’라는 별명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앞으로 체인지업을 좀 더 다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창원=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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