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고 맹주성(오른쪽)이 2회 2루타를 친 뒤 2루로 슬라이딩해 들어가고 있다. 창원=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우승 0순위’의 북일고가 10년 만에 황금사자기 정상에 올랐다.
북일고는 3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제6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동아일보사·스포츠동아·대한야구협회·창원시 공동주최) 장충고와의 결승전에서 4-2의 승리를 거두며 지난 2007년 장충고에게 이 대회 결승에서 당한 패배를 5년 만에 설욕했다.
승리의 원동력은 강력한 마운드의 힘이었다. 북일고는 장충고 타선을 상대로 9회까지 단 3안타만을 내주는 짠물 피칭을 과시했다.
선발 투수 정혁진은 189cm의 큰 키와 좌완의 이점을 살려 5 2/3이닝 동안 3피안타 2실점(1자책점)을 기록했고, 구원 투수로 나선 ‘고교 넘버원 투수’ 윤형배는 3 1/3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으며 장충고 타선을 압도했다. 탈삼진은 5개.
타선에서는 3루수 고성우가 2개의 안타를 때려냈고, 1번 타자 김인태가 1안타와 볼넷 2개를 얻은 후 2개의 도루를 성공 시키며 장충고 배터리를 흔들었다.
북일고 타선은 장충고 선발 투수 유재협의 제구가 흔들리는 틈을 타 1회초 안타 없이 선취 점을 만들어냈고, 2회와 3회초 공격에서도 1점씩을 얻어 3-0으로 도망갔다.
장충고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조지훈이 마운드에 오른 후 더 이상 실점하지 않았고, 6회말 공격에서 정혁진이 흔들린 틈을 타 볼넷 2개와 상대 실책을 묶어 2점을 추격하며 스코어를 2-3으로 좁힌 것.
하지만, 구원에 나선 윤형배를 공략하지 못하며 동점을 만들지 못했고, 북일고는 조지훈의 힘이 떨어진 9회초 1점을 추가하며 스코어를 4-2로 벌리며 경기를 마무리, 감격의 우승을 안았다.
윤형배와 조지훈은 2일 열린 4강전에서 각각 147개와 138개의 투구를 하고도 이날 각각 48개와 111개의 투구 수를 기록하는 철완을 과시했다.
북일고 선발 정혁진이 역투하고 있다. 창원=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우승이 확정 된 후 북일고 이정훈 감독은 “우리 학교가 그동안 황금사자기와는 큰 인연이 없어서 오늘 반드시 우승하고 싶었다”며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를 만들어내 매우 기쁘다. 기록과 관계없이 모든 선수다 다 수훈갑이다”며 우승을 일궈낸 선수들을 칭찬했다.
이어 “경기 초반 쉽게 갈 수 있었던 찬스를 놓쳐 마지막까지 시소게임을 했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정신력을 발휘해 승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선발 투수 정혁진이 마운드에서 오래 버텨줘 리드를 지켜낼 수 있었다. 정혁진이 오래 던져줌으로 인해 4강전에서 많이 던진 윤형배가 공을 많이 던지지 않아도 됐다”며 정혁진을 이날 경기의 MVP로 꼽았다.
제66회 황금사자기 MVP로 선정된 북일고 에이스 윤형배는 “4강전에서 많이 던져 등판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결승전과 같이 큰 경기에서 던질 기회가 생겨서 기뻤고 내 투구로 팀이 우승을 차지해 매우 기분 좋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도 내 투구에 만족하지는 않았다. 내가 스스로 내 투구에 만족하는 날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 프로에 가서도 언제까지나 만족하지 않고 더욱 더 잘 던지기 위해 노력하는 투수가 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벌써부터 신생팀 NC 다이노스의 우선 지명 얘기가 나돌고 있는 윤형배의 모자챙에는 “I can do it’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구체적인 목표는 아니지만, 그의 야구를 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
북일고가 10년 만에 정상 탈환을 하며 막을 내린 제66회 황금사자기 주요 수상자로는 MVP에 윤형배(북일고), 우수투수상에 정혁진(북일고), 감투상에 조지훈(장충고), 감독상에 이정훈(북일고) 감독이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