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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피플] “황금사자기 우승의 힘, 으쌰으쌰”
입력 2015-07-01 05:45:00

선린인터넷고 윤석환 감독이 2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69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대구 상원고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선린인터넷고 야구부 윤석환 감독

처음엔 모래알 같던 아이들에 ‘원팀’ 강조
“남은 2경기 즐겨라” 모두 역전으로 우승컵
아이들 미래 위해 스스로 야구하는법 지도

1979년 선린상고(현 선린인터넷고) 에이스 겸 4번타자로 학교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윤석환 감독(54)이 36년이 흘러 이번에는 감독으로 팀을 제69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선수 시절 이뤘던 영광을 감독으로 재현해낸 자체만으로도 감격스러울 만한데, 윤 감독은 의외로 덤덤했다. 그라운드 위에서 기뻐하는 선수들을 바라보면서 “이제 쟤네들 대학을 보내야 하는데…”라며 조용히 읊조렸다. 우승한 날 이영하, 김대현이 각각 두산과 LG에 1차 지명되는 겹경사를 맞았지만, “2명은 보냈으니 이제 다른 애들이 걱정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두산 시절 신인왕을 연거푸 발굴하며 ‘잘 나갔던’ 프로 코치 출신 윤 감독은 어느새 ‘아이들의 감독님’이 돼있었다. 하루 전 우승의 감격이 채 가시지 않았을 법한 30일, 윤 감독은 벌써 ‘그 다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 우승 동력? 똘똘 뭉친 선수들의 힘!

윤 감독이 처음 야구부에 왔을 때 팀은 모래알 같았다. 최강 원투펀치 김대현과 이영하가 있었지만, 조직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윤 감독은 “야구는 팀플레이인데 아이들이 각자 자기 할 일만 했다. 훈련도 중요했지만 팀을 하나로 만드는 게 시급했다”고 회상했다. 물론 쉽진 않았다. 봉황대기는 1회전에서 탈락했다. 주말리그에서도 첫 번째, 두 번째 경기를 내리 패했다. 윤 감독은 미팅을 잘 안 하지만 이때만큼은 선수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4번만 이기면 된다!”

윤 감독의 한마디에 선수들은 거짓말처럼 4연승을 달려 황금사자기에 진출했다. 앞선 3패를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 이겨야 할 4경기에 집중한 결과였다. 황금사자기에서도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윤 감독은 28일 동산고와의 준결승을 앞두고도 선수들에게 “너희들이 할 일은 다 했다. 승패는 감독, 코치 책임이다. 2경기(준결승·결승)를 이제 즐겨라”고 당부했다. 윤 감독의 마음을 받은 선수들은 준결승과 결승을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하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윤 감독은 “선수들이 똘똘 뭉쳐있어서 지고 있어도 지지 않을 것 같았다”며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점은 주장이 핵심이 돼서 선수들끼리 ‘으승으승’하는 것이었다. 그게 우리 팀의 우승 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프로 입단?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

윤 감독은 우승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다시 ‘아이들의 선생님’으로 돌아갔다. 우승은 이미 지나간 과거이기 때문이다. 윤 감독은 “아이들에게도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했다”며 “나 역시 10월까지 목표를 세우고 선수들을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지도의 핵심은 선수들이 스스로 야구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윤 감독은 “어차피 프로도 혼자 헤쳐 나가야 한다. 아이들에게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어떻게 훈련하면 되찾을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주려고 한다. 그걸 할 수 있으면 망가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에 가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구단이 선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가정환경이나 성격 같이 특징을 정리한 리포트를 만들려고 한다. 코치들이 아이들을 지도하는 데 조금이나마 참고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이 프로무대에서 적응 잘하는 게 유일한 바람”이라는 윤 감독다운 아이디어였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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