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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고 “우승팀도 꺾었는데, 준우승팀쯤이야”
입력 2016-05-14 03:00:00

아웃? 세이프? 북일고 이병휘(왼쪽)가 13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0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부산고와의 16강전에서 3회말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오른쪽은 부산고 유격수 이원빈. 부산고가 7-4로 승리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르는 스포츠 대회에서는 실력만큼 대진운도 중요하다. 한 경기만 패해도 곧바로 탈락하기 때문이다. 제70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가장 대진운이 나빴던 팀을 꼽으라면 단연 제주고였다. 32강에서는 지난해 우승팀 선린인터넷고, 16강에서는 지난해 준우승팀 상원고와 맞붙는 일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8강에 합류한 건 ‘과거의 강팀’ 두 학교가 아니라 ‘미래의 강팀’을 꿈꾸는 제주고였다. 제주고는 13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대회 16강에서 상원고에 7-1 승리를 거뒀다. 사흘 전에 선린인터넷고를 7-3으로 꺾은 상승세를 이어간 것이다.

경기 후 성낙수 제주고 감독은 “하위 타선에서 잘 쳐준 게 제일 컸다”고 자평했다. 이날 제주고 7∼9번 타자로 나선 2학년 3인방 김건형 어준혁 정주원은 타석에 열두 번 들어서 안타 3개, 볼넷 2개로 다섯 번 1루 베이스를 밟는 데 성공했다(출루율 0.417). 김건형과 어준혁은 2루타도 하나씩 때려냈다.

성 감독은 “제주도에 고교 야구팀이 우리밖에 없어 연습경기 상대를 찾기도 쉽지 않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다. 우리에게 전국 대회 8강은 우승이나 다름없는 값진 성과”라며 “프로야구 kt 조범현 감독이 사비를 털어 방망이 50자루를 선물해줬다. 또 NC 김경문 감독과 한화 권영호 코치가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제주고가 14일 8강전에서 덕수고에 승리하면 2000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전국 대회 4강에 진출하게 된다.

덕수고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던 경남고에 극적인 4-3 역전승을 거두고 8강에 합류했다. 덕수고는 0-2로 패색이 짙던 9회 1사 이후 2점을 뽑아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10회초 승부치기를 1점으로 막는 데 성공한 덕수고는 10회말 3번 타자 윤영수(2학년)가 동점타를 친 데 이어 6번 이지원(3학년)이 끝내기 스퀴즈 번트를 성공시켰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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