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전체뉴스 출전학교 대진표 경기규정
[베이스볼 피플] ‘무명선수’가 ‘우승 청부사’ 되기까지, 덕수고 정윤진 감독
입력 2017-05-17 05:30:00

덕수고는 제71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이 대회 6번째 왕좌에 앉았다. 덕수고 정윤진 감독은 “선수들이 덕수고의 전통을 잘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고 자신을 낮췄다. 16일 서울 성동구 덕수고 야구부 감독실에서 포즈를 취한 정윤진 감독.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그야말로 ‘덕수고의 시대’다. 전반기 왕중왕을 가린 제71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덕수고의 우승으로 막을 내리며 덕수고는 대회 2연패와 함께 최근 5년 사이 전국대회 7회 우승이라는 신화를 써냈다.

중심에는 지략가 정윤진(46) 감독이 있다. 2007년 부임 이후 정 감독은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워 모교를 전국무대 왕좌로 올려놓았다. 일각에선 “지략싸움에서 정 감독을 이길 자가 없다”는 다소 과장된 표현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야구계에서 노력하지 않는 이는 없다.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황금사자상을 들어올린 바로 다음날인 16일, 정 감독을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덕수고 야구부 감독실에서 만났다. 대회가 끝났음에도 전날 경기가 재방송되는 TV화면에 눈을 떼지 못한 ‘우승 청부사’의 모습과 감독실 한편에 진열된 수십 개의 트로피와 상패가 자연스럽게 오버랩 됐다.

덕수고 정윤진 감독.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우승 원동력은 선수들이 이어가는 덕수의 전통”

-황금사자기 우승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최고의 ‘스승의 날’ 선물이었네요.


“누가 뭐래도 우승은 항상 좋네요. 선수들과 함께 땀 흘렸던 기억이 나면서 더욱 감격스러웠습니다. 제자들 덕분에 소위 ‘김영란 법’과 관계없는 최고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요.(웃음)”


-언제 우승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까.

“4회말 스퀴즈번트 때였습니다. 3-0으로 앞선 1사만루 상황에서 (윤)영수가 번트를 잘 대줬습니다. 그리고 약속한 대로 2루주자가 홈까지 파고들어 순식간에 2점을 뽑았죠. 그때 ‘이겼다’ 싶었습니다. 승기를 굳혔죠.”


-현장에서도 가장 놀란 장면이 바로 4회 기습작전이었습니다. 고교야구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었는데요.

“타자였던 영수가 발이 느린 편이라 병살타구가 나와서는 안 될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스퀴즈번트 작전을 냈죠. 올 미국 스프링캠프부터 준비한 약속이었습니다. 번트 타구가 내야로만 들어오면 2루주자는 무조건 홈으로 들어오는 작전이었죠. 작전을 낼 때 고민은 없었습니다. 감독을 10년 넘게 하다보니 이러한 작전을 낼 때 주저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할까 말까 고민하지 않고 사인을 냈습니다.”


-이번 우승은 덕수고 시대의 화룡점정이었습니다.

“그런 표현은 사실 부담입니다. 매번 우승하기도 힘들고요…. 남들보다 특별히 잘 가르쳤다기보단 선수들이 덕수고의 전통을 잘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지금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저학년 후배들이 선배 플레이를 보면서 많이 느끼고 배우는 팀이 덕수고입니다.”

-그렇다면 덕수고의 전통은 무엇입니까.

“우선은 학생다운 야구를 하자는 주의입니다. 불필요한 장신구를 걸친다거나 선글라스를 모자 위에 올려놓거나하는…. 겉멋에 맛 들린 야구는 금기시합니다. 여기에 또 하나. 조직력을 중요시합니다. 팀워크와 팀플레이에 집중해서 훈련을 계획합니다. 어차피 그라운드 위에선 팀이 하나가 돼야 하기 때문에 팀과 경기상황 등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야구를 선수들에게 주입시키고 있습니다.”

덕수고 정윤진 감독.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선수 개개인의 특별한 능력을 북돋는 감독 되고파”

-선수로는 빛을 보지 못한 무명이었습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남정초에서 처음 야구공을 잡았습니다. 야구부가 창단될 때 운동을 하고 싶어서 부모님을 설득했죠. 그리고 덕수중과 덕수고를 졸업한 뒤 국군체육부대로 바로 건너가 군 복무를 마쳤죠. 그러나 1992년 제대 후에 사실상 선수생활을 정리했습니다.”


-첫 지도자 생활을 위해 모교에 돌아왔습니다.

“당시 정기조 덕수고 감독님께서 코치 제안을 하셨죠. 제 나이 23세였습니다. 얼마나 혈기왕성했던지 집에 가지를 않았죠. 선수들과 함께 합숙생활을 하면서 10년을 지냈습니다. 자정까지 선수들을 지도하는 일이 보통이었죠. 김민기(전 LG)와 이용규(한화), 류제국(LG), 민병헌(두산) 등이 코치로 함께 했던 선수들입니다.”


-2007년 감독 부임 이후 10년이 지났습니다. 지도법과 노하우가 궁금한데요.

“기본적으로 포지션별 지도법에 차이를 두려고 합니다. 야수를 키울 때는 민첩성과 순발력에 중점을 두죠. 두 능력이 기초가 돼야 좋은 야수가 될 수 있습니다. 투수는 공을 만지는 감각을 먼저 평가합니다. 체격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이 감각이 떨어지면 투수로 성공하기가 힘들죠. 포수는 눈이 중요합니다. 동체시력 말입니다. 공을 쫓는 눈이 좋아야 캐칭과 블로킹할 때 유리합니다. 코치들과 이야기할 때도 이러한 부분에 초점을 맞춥니다.”


-엘리트야구에선 보기 힘든 ‘서울대 진학선수(이정호)’를 키워내기도 했습니다.

“저희팀 선수단만 50명이 넘습니다. 인원이 많은 만큼 각자 뛰어난 능력이 하나씩은 눈에 띕니다. 공부를 할 수 있는 머리나 예술적 감각, 손재주 등이요. 야구도 중요하지만 각자 장점을 키우는 일도 중요해요. 지금도 (이)정호의 뒤를 이을 선수가 있습니다. 2학년 김산호란 친구인데 반에서 성적 1등도 모자라 전교회장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친구들에겐 ‘너는 성적 떨어지면 야구부에서 내보낸다’고 엄포를 놓곤 하죠.(웃음)”

서울대에 진학한 이정호. 동아일보DB



-일각에선 고교무대 지략싸움 1인자로 정 감독을 꼽습니다. 타고난 능력인가요.

“절대 타고나지 않았습니다. (탁자 위에 놓인 빼곡한 전력분석지를 가리키며) 코치 때부터 쌓아온 노하우는 이것뿐입니다. 그저 우리 현실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상대 전력을 정확하게 분석하려는 노력이 열매를 맺는 듯합니다. 어제 결승전에서 상대 사이드암(이채호) 등판을 예상해 좌타자를 대거 배치한 전략이 좋은 예죠.”

정윤진 덕수고 야구부 감독 분석 자료. 김종원기자 won@donga.com



-그래도 팀을 최강자리로 올려놓은 비결은 있을 텐데요.

“사실 별다른 노하우는 없습니다. 학생야구에 계신 감독님들 중에 노력하지 않는 분은 없습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좋은 선수들을 스카우트하고, 상대를 분석하고, 최신 경향을 배우려고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죠. 다만 방금 전에도 말했듯이 선수들이 야구를 알면서 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조직력도 같은 범주에 포함되고요. 그런 부분이 전국무대 결승전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 빛을 발하고 있죠. 앞으로도 제 야구는 이렇게 이어가려고 합니다.”


● 정윤진


▲생년월일=1971년 7월 7일

▲출신교=남정초∼덕수중∼덕수고∼서울산업대~한양대 교육대학원

▲선수 경력=국군체육부대(1990년∼1992년)

▲지도자 경력=덕수고 코치(1994∼2007년)∼덕수고 감독(2007년∼)

▲우승 경력=황금사자기(2013·2016∼2017년), 청룡기(2012∼2014·2016년), 대통령배(2008∼2009년), 전국체전(2009년), 협회장기(2013년)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아파도 에이스… 마산고 류재인, 128구 무실점 역투 2014.05.14
03:00:00

마산고는 최근 2년 동안 황금사자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팀이다. 약체로 평가받던 마산고는 2012년 제6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그런거 野]쉽게 부러지는 나무배트, 고교야구 재능도 꺾인… 2014.05.14
03:00:00

▷지난해 열린 제6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전체 29경기에서 홈런은 모두 5개가 나왔다. 경기당 0.17개다. 홈런 1개만 때리면 …

충암고 석호준, 위기 때마다 맹타…대구고 5-4 꺾고 32… 2014.05.13
06:40:00

■ 제68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첫 날 1회 동점 희생플라이·5회 2타점 적시타 부산고, 장안고에 11-0으로 5회 콜드승 충암고가 대구고를 꺾고 제68…

첫 대회 첫 경기, 마운드 걸머진 1학년 2014.05.13
03:00:00

“다루빗슈 유(메이저리그 텍사스) 같은 투수가 되고 싶습니다.” 고등학생이라곤 하지만 아직 얼굴엔 소년티가 가득했다. 눈망울은 크고 선했다. 그렇지만 향후…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12일 개막… 열흘 뒤 왕중왕을 맞으라 2014.05.12
03:00:00

제68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기간: 2014년 5월 12일(월)∼21일(수) ●장소:목동야구장(8강까지), 잠실야구장(준결승,결…

송진우 아들이 이끄는 핵타선, 북일고 최강 2014.05.12
03:00:00

12일 막을 올리는 제68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을 앞두고 프로야구 10개 구단 스카우트들은 한결같이 “춘추전국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

‘우승 0순위’ 덕수고 앞에 반란은 꿈꿀 수 없었다 2013.06.10
03:00:00

서울의 야구 명문 덕수고가 통산 네 번째로 황금사자기를 품에 안았다. 덕수고는 9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제6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

황금사자기 MVP 덕수 한주성 “직구로 타자 압도하는 오승… 2013.06.10
03:00:00

“너무 좋아서 힘든 줄도 몰랐어요.” 어깨를 펴고 환하게 웃는 덕수고 투수 한주성(18·사진)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한주성은 8일 제67회…

‘공부하는’ 덕수고 정윤진 감독 “선취점 내줬지만… 선수 … 2013.06.10
03:00:00

“선취점을 내줬지만 선수들을 믿었다. 꼭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된 훈련을 함께한 코치들과 선수들, 그리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학교와 동문회에 감사드린…

덕수고 ‘황금사자’ 4번째 품다 2013.06.10
03:00:00

덕수고가 9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제6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전반기 왕중왕전에서 마산고를 4-1로 꺾고 9년 만에 금빛 황금사자를 품에…

MVP 한주성 “접전 끝 우승, 기쁨 두 배” 2013.06.09
19:50:00

“한 점차로 앞섰을 때 우승을 확신했어요.” 역시 에이스 다웠다. 제6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한주성(덕수고·…

덕수고, 9년 만에 황금사자 품었다…마산고 꺾고 우승 2013.06.09
19:10:00

18년 만의 결승 리턴매치. 덕수고가 다시 한번 웃었다. 덕수고가 마산고의 돌풍을 잠재우고 9년 만에 금빛 황금사자를 품에 안았다. 덕수고는 9일 창원 마산…

서울-지방 퐁당퐁당 우승, 황금사자 이번엔? 2013.06.08
03:00:00

지난달 10일 막이 오른 제6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이 마지막 5주째를 맞았다. 8일 열리는 덕수고-경기고, 마산고-동성고 경기의 …

마산고에도 있다 ‘맞혀잡는 괴물’ 궁정홍 2013.06.03
03:00:00

그에게는 빠른 공이 없다. 그래도 또래 최고 선수들을 상대로 25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2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제67…

웃음꽃 편파 해설… 더 불꽃 튀는 황금사자 2013.06.01
03:00:00

살아남은 팀 모두 우승 후보다. 이제부터 진짜 승부다. 제6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이 4주째를 맞았다. 8강전 4경기가 주말 동…

올해 19전승 ‘적수 없는’ 덕…
이변은 없었다. ‘무적함대’ 덕수고가 황금사…
덕수고 박준순 MVP… 0.63…
덕수고 3학년 내야수 박준순(18)의 활약은…
황사기 4회 등 ‘4대 메이저’…
“우승하면 그날 딱 하루만 좋아요. 지금도 …
‘압도적 전력’ 덕수고, 대구상…
덕수고가 대구상원고를 제압하고 7년 만에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