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슬라이더 제구가 기가 막혔죠(웃음).”
25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2회 황금사자기 8강전 첫 경기. 에이스 조준혁(19·3학년)의 부재 속에 무너질 뻔한 광주일고 마운드의 기둥 역할을 한 건 주말리그 ‘평균자책점 0’에 빛나는 박상용(18·3학년·사진)이었다. 제물포고에 0-1로 뒤진 1회 2사 1, 2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박상용은 6과 3분의 1이닝 동안 제물포고 타선을 1안타 무실점으로 잠재웠다. 제물포고 타선이 잠잠한 동안 광주일고 타선이 힘을 내며 승부를 뒤집었다.
직구 최고 시속은 137km에 불과했지만 결정구로 활용한 슬라이더 제구가 환상적이었다. 제물포고 타자들의 방망이를 맞은 타구는 맥없이 수비수들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21일 천안북일고전에서 1이닝 2실점을 했던 모습과는 정반대. 박상용은 “그날 유독 운이 없었다. 자신감을 안 잃고 오늘 ‘한번 붙어 보자’는 마음으로 공을 던졌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경찰, 어머니가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공무원 집안의 외동아들로 자란 박상용의 좌우명은 “후회 없이 정직하게 살자”다. 공도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를 보며 던진단다. “가운데 던진다고 다 안타가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는 게 박상용의 답변이다.
큰 키(184cm)와 안정적인 제구가 강점인 박상용의 올해 목표는 프로 진출. 그는 “지난해 황금사자기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양창섭, 윤성환 선배(이상 삼성)처럼 느리지만 볼 끝 있는 공을 원하는 곳에 마음먹은 대로 던지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