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진흥고의 선발 투수 문동주가 2일 서울 신월야구장에서 열린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 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1회전에서 장충고 타선을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왼쪽 사진). 광주진흥고는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장충고에 4-2로 역전승하며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9회말 승리가 확정되자 더그아웃에 있던 광주진흥고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역시 고교 야구 무대에서 우승 후보는 그저 우승 후보일 뿐이었다.
장충고는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을 앞두고 프로야구 10개 구단 스카우트가 만장일치로 뽑은 우승 후보였지만 정상을 향한 첫 번째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장충고는 2일 서울 신월야구장에서 열린 1회전에서 광주진흥고에 2-4로 역전패했다.
사사구가 문제였다. 2-2 동점으로 시작한 9회초 수비 때 장충고 투수 박태강(18)은 광주진흥고 선두 타자로 나온 3번 오건우(19)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준 데 이어 4번 신명승(19)에게 곧바로 볼넷을 허용했다. 5번 공지웅(18)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 위기가 됐고 6번 김재용(19)에게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얻어맞으면서 장충고는 역전을 허용했다.
오철희 광주진흥고 감독은 7번 타자 안재민(17) 타석에서 스퀴즈 번트 사인을 냈다. 그러나 3루 주자 신명승이 런다운에 걸리면서 2사 2루가 됐다. 이때 안재민이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쳐내면서 광주진흥고는 쐐기점을 뽑았다.
광주진흥고는 이날 KIA 1차 지명이 유력한 문동주(18)를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문동주는 팀이 1-0으로 앞서던 3회말 2사 1, 3루 상황에서 보크를 범해 동점을 허용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문동주는 1-1 동점이던 6회 1사 상황에서 장윤언(18)에게 볼넷을 내준 뒤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다음 투수 박대현(18)이 장윤언에게 홈을 내주면서 문동주가 패전 투수가 될 뻔했지만 팀이 8회초 2-2 동점을 만들면서 승패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최종 성적은 5와 3분의 1이닝 6피안타 2볼넷 4탈삼진이었다.
문동주는 최고 시속 154km를 기록하는 등 빠른 공은 나쁘지 않았지만 변화구를 던지다가 안타를 맞는 일이 많았다. 문동주는 “마운드에서 내려오면서 변화구를 보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경기에서는 더욱 정교한 제구력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오철희 감독은 “문동주가 대회 직전까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 점을 감안하면 오늘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고 생각한다”면서 “투구수가 90개가 돼 마운드에서 내렸지만 만약을 대비해 아예 빼는 대신 1루수로 보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90개를 던진 투수는 3일을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지만 91개 이상을 던지면 4일을 쉬어야 한다. 강판 후 1루수로 변신한 문동주는 8회초에 내야 안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1986년에 거둔 준우승이 대회 역대 최고 성적인 광주진흥고는 6일 도개고와 16강 진출을 다툰다.
한편 소형준(20·현 KT)을 앞세워 2019년 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유신고도 이날 한국K-POP고를 9-0, 7회 콜드게임으로 물리치고 32강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