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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듣던 ‘강속구 투수들’ 한 자리에…황금사자기 최고 에이스는?
입력 2022-05-30 13:18:00

경남고 신영우

제7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이 열린 서울 목동야구장. 구속측정 장비를 설치하고 자리를 잡은 한 프로야구 지방 팀 스카우트는 투수들이 공을 던질 때마다 “41!”, “43!” 등 숫자를 계속 불렀다. ‘43’은 ‘시속 143km’를 지칭하는 말이다. 예전에는 20, 30대 숫자를 부르는 경우가 흔했는데 올해는 40대 숫자를 듣는 일이 많았다.

각 구단 스카우트진에 따르면 올해 시속 140km대 패스트볼을 던지는 고교 투수들은 100명이 넘는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에 등록된 고교 팀(클럽 팀 포함)이 총 110여개니까 이런 투수가 팀마다 1명 꼴로 있는 셈이다. 한 스카우트는 “어느 정도 전력을 갖춘 팀이라면 1~3학년을 통틀어 140km대 공을 던지는 투수가 2, 3명 씩은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북일고 김휘건

과장이 섞인 풍문 같은 말은 황금사자기에서 증명됐다. 19일 가장 먼저 열린 마산고와 세광고의 1회전에서 마산고의 김관우(최고 시속 142km), 이한서(143km·이상 3학년), 세광고의 김연주(2학년·142km), 서현원(144km), 김준영(146km·이상 3학년) 등 등판하는 투수마다 시속 140km대 공을 던지며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올해 첫 전국대회로 열린 신세계 이마트배(옛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우승팀 북일고의 원투 펀치 최준호(3학년), 김휘건(2학년)은 각각 최고 시속 147km, 150km로 프로에서도 통할 강속구를 던졌다. 이번 대회에서 나온 최고 시속은 경남고 에이스 신영우(3학년)의 153km였다.

과거였다면 시속 130km대 후반에서 140km 초반의 공만 던져도 고교무대에서 ‘강속구 투수’로 통했다. 이런 투수마저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스카우트들은 투수 중 키는 크지만 말랐고, 투구 폼이 유연해 프로에서 체계적으로 육성하면 구속이 오를 가능성이 큰 ‘원석’ 찾기에 골몰했다. 이제는 고교야구에도 체계적인 훈련프로그램이 도입되면서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늘어나다 보니 스카우트들 관점도 달라졌다. 가령 수도권 고교 팀에서 팀의 에이스로 불리는 선수에 대해 한 스카우트는 “최고 시속 147km를 던지는 선수다.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가 143km ‘밖에’ 안 나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인천고 이호성

북일고 김종우

투수들의 공이 빨라졌다고 타자들이 마냥 헛방망이만 돌린 것도 아니다. 투수의 구속이 오른 만큼 타자들의 타격 기술도 진화했다. 25일 인천고와 북일고의 16강전(북일고 7-1 승리)에서 인천고 에이스 이호성(3학년)에게 1회초부터 홈런을 뽑아내며 무너뜨린 북일고 김종우(3학년)는 “상대 투수가 패스트볼을 자신 있어 하는 것 같아 가운데 들어오는 패스트볼 하나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에서 강속구 투수들을 공략할 때 구사할 ‘노림수’가 고교야구에서도 나온 것이다. 힘보다 기술로 쳐낸 홈런이 준결승전까지 황금사자기 대회 기간 7개가 나오며 관계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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