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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명 중 26명 돌려세웠다, 구속 137km ‘고교 닥터K’ 류현곤
입력 2022-06-01 03:00:00


“결승에서 상대할 것 같아 영상 분석을 하긴 했는데 실제로 보니 더 잘하더라고요.”

지난달 30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막을 내린 제7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경남고를 우승으로 이끈 전광열 감독은 결승전 상대였던 청담고 선발 류현곤(18·3학년)을 이렇게 칭찬했다.

전 감독은 사이드암 투수인 류현곤에 대해 “몸을 외야 쪽으로 비틀어서 최대한 공을 숨겨 던진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0km가 나왔지만 투구 폼 때문에 체감 속도는 더 빨랐을 것”이라며 “투심 패스트볼, 스플리터, 커브 등 깨끗한 공이 하나도 없더라. 류현곤이 더 길게 던졌다면 우리가 우승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류현곤은 이날 6회초까지 경남고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경남고는 주말리그와 황금사자기를 포함해 올해 13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8.2점을 뽑은 강타선을 자랑하는 팀이다. 경남고가 올해 6회까지 1점도 뽑지 못한 건 황금사자기 결승전이 처음이었다.

그 사이 청담고 타선이 5회말 2점을 선취하면서 경남고는 패전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투수 한 명이 투구 수 105개를 넘길 수 없다는 대회 규정에 따라 류현곤은 7회초 1사 2, 3루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경남고 타선이 단숨에 5점을 내며 경기를 뒤집었다. 3자책점을 기록한 류현곤은 패전투수가 됐다. 류현곤은 “타자 한 명당 5구 이내에 승부를 본다는 생각으로 빠른 템포로 승부하려고 했다. 그렇게 8, 9회까지 던지고 싶었는데 뜻을 못 이뤄 아쉽다”고 말했다.

류현곤은 패스트볼 평균 시속이 137km 정도로 공이 빠른 투수는 아니다. 시속 140km 이상을 던지는 투수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이유다. 그러나 변화구, 제구력, 경기 운영 능력 등이 탈고교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수도권 한 구단 관계자는 “우리 팀 (지명 후보) 리스트에 올려놓고 봐왔다. 이번 황금사자기에서 장점이 더 도드라진 것 같다. 구속만 시속 5km 정도 더 올라오면 프로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류현곤의 가장 큰 장점은 ‘탈삼진 능력’이다. 결승전에서 25타자를 상대로 삼진 11개를 잡아낸 것을 비롯해 이번 대회에서 상대한 타자 65명 중 26명(40%)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끝판왕’ 오승환(40·삼성)도 2012년 상대 타자 중 37.7%를 삼진으로 잡아낸 게 개인 최고치다. 탈삼진 26개 역시 이번 대회 최다 기록이다.

류현곤은 “이전까지 전국대회라고 하면 막연하게 ‘큰 대회’로만 생각했다. 황금사자기에서 결승전까지 치른 덕에 앞으로 ‘큰 경기’도 연습경기처럼 여유로운 마음으로 치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서 감투상을 받은 류현곤은 “우승한 경남고 선수들이 교가를 부르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상을 받고도 웃지 못했다”면서 “다음 대회에서는 꼭 우승해 기쁜 마음으로 교가를 부르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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