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암고 이영복 감독
“고교야구 최초의 주말리그 왕중왕전인 황금사자기대회에서 우승해 날아갈 것 같습니다. 선수들이 정말 잘해 줬어요. 업어 주고 싶습니다.”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로 황금사자기를 품에 안은 충암고 이영복 감독(42·사진)은 경기 전 잔뜩 긴장해 있었다. 감독으로서는 처음 밟은 잠실구장에서 강호 광주일고와 결승전을 갖게 되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선수들 앞에서는 애써 편안한 척했다. 경기 중 선발 변진수가 흔들리는 기색을 보일 때마다 마운드에 뛰어 올라가 다독거리며 말했다. “진수야, 너 할 만큼 다했어. 이제 하늘의 뜻에 맡기면 돼. 마음 편하게 던져.” 이 감독의 진심이 통했을까. 제자는 그때마다 위기를 잘 넘겼다.
이 감독은 1988년 충암고를 졸업한 뒤 홍익대 창단 멤버로 활약했다. 3루수로 뛰며 재능을 보였고 3학년 때 주장을 맡기도 했지만 부상 등 이유로 프로에 진출하는 대신 1992년 충암고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충암초, 충암중 감독을 거치며 여러 차례 전국대회에서 우승했고 2003년 8월 모교 사령탑을 맡았다. 고교 시절까지 포함하면 20년 넘게 ‘충암맨’으로 살아왔다.
1995년 봉황기 우승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전국대회 결승에서 볼 수 없었던 충암고는 그가 부임한 2005년부터 2년 연속 미추홀기를 제패했고 2007년 봉황기 정상에 오르며 서울 야구의 자존심으로 떠올랐다. 그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다섯 차례 전국대회(황금사자기 2회, 봉황기, 미추홀기 2회) 우승컵을 모교에 안기며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화려한 프로선수 출신이 아니어도 학생야구 지도자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학교 재단과 학생다운 야구를 보여준 선수들에게 영광을 돌립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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