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동성고의 좌완 에이스 김기훈이 12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1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8강 안산공고와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김기훈은 최고 시속 143km의 직구를 앞세워 7과 3분의 2이닝 동안 1피안타에 삼진 13개를 잡아내는 특급 투구로 팀을 4강에 올려놓았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의 오타니 쇼헤이는 야구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선수다. 투타 겸업을 하는 오타니는 160km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이자, 곧잘 홈런을 때리는 홈런 타자다.
어쩌면 KBO리그에도 2년 후 오타니 같은 ‘괴물’이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오타니’로 착실히 성장하고 있는 선수는 광주동성고의 2학년 김기훈이다.
김기훈은 12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1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동아일보사 스포츠동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안산공고와의 8강전에서 선발 투수로 나섰다. 김기훈은 동시에 중심 타선인 5번에 배치됐다. 최근 고교야구에서 보기 드문 만능 선수가 나온 것이다.
이정훈 한화 스카우트팀장은 김기훈에 대해 “2학년이지만 고교 전체를 통틀어 넘버 원 왼손 투수다. 지금 당장 프로 1군에서 던져도 통할 만한 좋은 공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 팀장의 말대로 김기훈은 이날 안산공고 타선을 맞아 7과 3분의 2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만을 허용했다. 볼넷 5개와 몸에 맞는 볼 3개 등을 내주는 등 제구가 다소 흔들렸지만 뛰어난 경기 운영으로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그 대신 매회 삼진 퍼레이드를 펼치며 13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6회에는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우기도 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3km까지 나왔다.
타자로는 4회 깨끗한 중전 안타를 치는 등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김지훈 KIA 스카우트팀장은 “투수로도 뛰어나지만 타자로 대성할 가능성이 크다. 방망이 재능이 있고, 발도 무척 빠르다”고 평가했다.
김기훈은 주말리그에서도 맹활약을 펼쳤다. ‘투수 김기훈’은 3경기에서 2승을 거두며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고, ‘타자 김기훈’은 7경기에서 타율 0.400(25타수 10안타)에 1홈런, 7타점을 올렸다. OPS(출루율+장타력)는 1.269에 달했다.
광주동성고는 0-0 동점이던 8회초 2사 3루에서 4번 타자 한준수(3학년)가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깨끗한 안타를 쳐내며 1-0으로 승리했다. 8회 2사 후 김기훈을 구원 등판한 김의준은 1과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팀의 4강행에 기여했다. 광주동성고는 이어진 경기에서 대구상원고에 4-0으로 승리한 덕수고와 14일 맞붙는다.
초등학교 때부터 투타 겸업을 해 왔다는 김기훈은 “투수와 타자 모두 잘할 자신이 있다. 훈련을 두 배로 해야 하지만 힘들다고 느끼진 않는다. 일본의 오타니처럼 투타 양면에서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