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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사자, 2년만에 호남선 탔다
입력 2010-03-30 03:00:00

“우리가 챔피언” 28년 만에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고교야구 결승전에서 최후의 승자는 광주일고였다. 광주일고는 29일 열린 제6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에서 장충고를 1-0으로 꺾고 통산 5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선수들이 허세환 감독(가운데)을 헹가래치며 환호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그라운드 위에는 패기가 넘쳤다. 관중석은 재학생과 동문들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야구 메카 잠실야구장이 고교야구 열기로 들썩거렸다. 역사적인 잠실 결승 무대에서 끝까지 웃은 팀은 전통의 명문 광주일고였다.

제6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이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잠실야구장이 완공된 1982년 황금사자기 결승전이 열린 뒤 28년 만이다. 양 팀 감독과 선수들은 물론 아마추어 심판들도 잠실야구장에서 경기를 한 것은 처음이다.

장충고 이민호는 경기 전 “이곳에서 야구를 하게 돼 너무 흥분된다.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잠실을 홈으로 쓰는 프로야구 LG 이병규(장충고 졸업)와 이대형(광주일고 졸업)은 일찌감치 더그아웃에 나와 모교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대형은 “결승에 콜드게임이 없는 게 아쉬울 뿐”이라며 분위기를 띄웠고, 이병규는 “일방적으로 가더라도 이해해 달라”며 응수했다. 대한야구협회 강승규 회장(한나라당 의원)이 시구를 했다. LG 김진철 스카우트 팀장은 “투수 구속이 평소보다 시속 5km 이상 더 나온다. 잠실 결승이라 집중력이 더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켜보는 관중도 신이 났다. 광주일고를 졸업한 박철환 씨(51)는 “고교야구를 보러 잠실에 온 것은 처음이다. 동문들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충고 총동문회 야구후원회장 문명화 씨(51)는 “결승까지 올라온 후배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이번처럼 고교야구를 위해 어른들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일고와 장충고는 ‘잠실의 추억’을 나눠 가진 행운의 주인공이었다. 2005∼2008년 황금사자기는 두 학교의 무대였다. 광주일고는 2005, 2008년 우승했고 장충고는 2006, 2007년 2연패를 달성했다. 우승을 나눠 가졌지만 결승에서 만나지는 않았다. 지난해에는 두 팀 모두 첫 경기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2000년대 중후반 황금사자기를 휩쓸었던 두 학교가 2010년 잠실에서 진정한 승자를 가렸다.

강호들의 대결답게 경기는 팽팽했다. 2회까지 탐색전을 마친 광주일고는 3회 1사에서 볼넷으로 출루한 이동건이 2사에서 터진 이현동의 2루타로 홈을 밟아 선취점을 올렸다. 장충고 우익수 민원홍이 죽을힘을 다해 뛰었지만 타구는 글러브에 살짝 맞고 땅에 떨어졌다. 0-1로 뒤진 7회초 무사 1, 3루의 위기를 잘 넘긴 장충고는 이어진 공격에서 1사 2루의 득점 기회를 맞았지만 광주일고 선발 유창식에게 잇달아 삼진 2개를 당하며 주저앉았다. 8회에도 선두타자 황윤호가 출루했지만 희생번트 실패에 이어 병살타가 나왔다. 장충고 유영준 감독은 “상대가 강했다. 아쉽지만 잠실에서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광주일고는 목이 터져라 ‘남행열차’를 부르는 동문들의 응원 속에 난적 장충고를 1-0으로 꺾고 통산 5번째 황금사자기를 품에 안았다. 동대문, 목동, 잠실에서 모두 우승한 유일한 팀이 된 광주일고는 1984년 대회 이후 결승에 오른 4차례 모두 결승전에서 완봉승을 거두는 진기록 행진도 이어갔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 결승전 포함 29이닝 무실점 ‘괴력투’

MVP 광주일고 투수 유창식

‘평균 자책 0.00.’

제6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미스터 제로’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광주일고 왼손 에이스 유창식(18·사진)이다.

준결승까지 4경기에 등판해 20이닝 동안 1점도 내주지 않은 유창식은 29일 장충고와의 경기에서도 9이닝 3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선보이며 1-0 승리를 이끌었다. 이번 대회 5경기에서 29이닝 무실점, 탈삼진 30개. 결승전까지 팀이 거둔 6승 중 4승이 그의 어깨에서 나왔다. 최우수선수는 두말할 나위 없이 그의 차지였다.

초고교급 선수로 평가받는 그는 이날도 최고 시속 145km의 빠른 직구에 칼날처럼 꺾이는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장충고 타선을 압도했다. 한 프로구단 스카우트는 “유창식의 슬라이더는 당장 프로에 와도 통할 만큼 위력적이다. 그가 던지는 130km대 중반의 슬라이더는 명품 중의 명품”이라고 평가했다.

고교 졸업반인 그를 두고 이미 스카우트 전쟁이 한창이다. 8개 프로구단이 눈독을 들이고 있을 뿐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도 몇 개 팀이 입단을 타진하고 있다. 유창식은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었는데 그 후 지금까지 잘 키워주신 어머니께 감사한다”며 “솔직히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심사숙고한 뒤 진로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동영상 = 광주일고,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5번째 우승


“투수들 너무 잘 던져… 잠실우승 감격”

허세환 광주일고 감독

“28년 만에 잠실구장에서 열린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해 다른 어느 대회 때보다 더 감격스럽습니다.”

광주일고 선발 투수 유창식이 9회말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내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허세환 감독(49·사진)은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한국야구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잠실구장에서의 우승이라 더욱 흥분되고 감격적이다”라고 말했다.

허 감독은 2005년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제59회 대회에서 지도자로서 황금사자기 첫 우승을 경험했다. 동대문구장 철거 이후 아마 야구의 목동시대를 연 2008년 제62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이번 대회 우승으로 동대문, 목동, 잠실구장에서 모두 황금사자기를 품에 안은 최초의 고교 야구 감독이 됐다.

강승규 회장 힘찬 시구 역사적인 잠실 결승전의 시구자로 나선 대한야구협회 강승규 회장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김재명 기자

허 감독은 “지난겨울 전남 완도에서 가진 혹독한 전지훈련을 잘 견뎌낸 선수들이 대견했다”며 “오늘의 우승은 힘든 훈련을 잘 참아낸 선수들에 대한 보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로 뽑힌 유창식을 포함해 이정호, 박기철로 이어지는 투수 3인방이 기대 이상으로 잘 던진 것을 우승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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