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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 창단 첫 준우승…‘에이스’ 한규민 “내년 더 강해진 모습으로 결승 마운드 밟겠다”[황금사자기]
입력 2026-05-16 18:33:00

대전고가 16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80회 황금사자기 겸 고교야구 주말리그 왕중왕전 충암고와의 결승전에서 준우승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창단 첫 황금사자기 정상을 꿈꿨던 대전고의 도전이 준우승으로 마무리됐다. 대전고는 16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80회 황금사자기 겸 고교야구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충암고에 4-10으로 패했다.

대전고는 고교 2학년 ‘왼손 에이스’ 한규민 카드를 강릉고와 맞붙은 14일 준결승전에 써버리며 생긴 마운드 공백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대전고는 이번 대회 1, 2회전 때 성남고와 원주고에 각각 4점을 내준 게 최다 실점이었을 정도로 단단한 ‘방패’를 자랑했다.

하지만 이날 선발 투수 황지형이 3분의 2이닝 3실점, 두 번째 투수 윤상현이 1이닝 3실점, 안태건이 2와 3분의 2이닝 5실점하며 벌어진 점수 차를 뒤집지 못했다. 올해 고교야구 주말리그 전반기 6전 전승을 내달린 대전고가 2점 이상 점수 차로 진 첫 경기다.

김의수 대전고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오히려 박수를 보냈다. 더그아웃으로 선수단을 불러 모은 김 감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어 줘서 고맙다. 우리 오늘의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자”고 했다. 선수들은 김 감독의 말에 힘찬 박수로 화답했다.

그리고 김 감독은 이날 미리 준비해 둔 꽃다발 7개를 3학년 야수들에게 나눠주며 “매 경기 뛰느라 고생했다”고 위로를 건넸다. 원래는 우승한 뒤 개인상을 받을 선수들에게 주려 했던 꽃다발을 생애 마지막 황금사자기를 마친 3학년 선수들에게 선물한 것이다.

대전고 2학년 ‘에이스’ 한규민이 16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80회 황금사자기 겸 고교야구 주말리그 왕중왕전 충암고와의 결승전에서 준우승한 뒤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규민은 이 대회 3경기에서 18과 3분의 2이닝 동안 2승 평균자책점 0.47을 기록하며 ‘감투상’을 받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대전고 ‘에이스’ 한규민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모두가 떠난 마운드에 홀로 올라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투구 수 제한 규정 탓에 이날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한규민은 “내가 언제 황금사자기 결승 마운드를 밟아보겠나 싶어 잠깐이라도 마운드에 올라가 봤다”며 “준우승이라는 결과가 아쉽지만 형들과 함께 이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올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했다.

한규민은 올해 황금사자기 3경기에서 18과 3분의 2이닝 동안 2승 평균자책점 0.47을 기록하며 ‘감투상’을 안았다. 한규민은 “내가 마운드에 올랐을 때 내 등 뒤에서 묵묵히 나를 도와준 야수 형들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올해 경험을 발판 삼아 내년에 황금사자기 우승을 노리겠다. 내 최고 시속을 155km까지 끌어올려서 더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전고 주장 우주로가 12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청담고와의 제80회 황금사자기 겸 고교야구 주말리그 왕중왕전 8강전 6회말 무사 주자 2, 3루 때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1루를 향해 달리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대전고 주장 우주로는 이날 모든 세리머니가 끝난 뒤 3학년 동기들을 그라운드 위에 불러 모았다. 친구들과 황금사자기에서 마지막 추억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였다. 우주로는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낀다. 나를 믿고 따라와 줘서 고맙고, 올해 남은 대회도 나를 믿고 따라와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우주로는 황금사자기 6경기에서 타율 0.458(24타수 11안타) 2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이날도 톱타자로 나서 1회초 깨끗한 중전 안타를 때려내며 팀의 첫 득점을 안겼다.

비록 이날 경기는 졌지만 우주로에겐 잊지 못할 추억 하나가 더 늘었다. 우주로는 이날 경기 시작 20분 전 더그아웃에서 홀로 눈을 감고 기도를 올렸었다. 우주로는 “승패를 떠나서 다시 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을 즐기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내가 한 기도에 대한 응답은 받은 것 같다”며 웃었다.

1945년 창단한 대전고 야구부가 황금사자기 결승에 오른 건 올해가 처음이다. 대전고는 고교야구 4대 메이저대회(황금사자기, 청룡기, 대통령배, 봉황기) 중 황금사자기 우승 트로피만 없다. 올해 우승으로 ‘그랜드슬램’ 마지막 단추를 채우려던 대전고의 도전은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김 감독은 “1, 2학년 선수 구성이 좋다. 내년 황금사자기에서 다시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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