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양천구 목동구장에서 열린 황금사자기 결승 경기에서 충암고가 우승했다. 시상식 후 선수들이 감독을 높이 들어올리며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충암고가 통산 4번째 황금사자기를 들어 올렸다. 충암고는 16일 서울 양천구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80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에서 대전고를 10-4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1990년, 2009년, 2011년에 이어 4번째 우승이다. 충암고는 이날까지 황금사자기 결승에 4번 올라 4번 모두 우승하는 기록을 남겼다.
16일 서울 양천구 목동구장에서 열린 황금사자기 결승 경기에서 9회초 충암고가 우승이 확정되자 선수들이 덕아웃에서 뛰어 나와 우승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날 양 팀은 모두 에이스 없이 결승을 치렀다. 충암고 김지율은 13일 대구상원고와의 8강에서 8과 3분의1이닝을 던지는 동안 1일 한계 투구이자 나흘 휴식이 필요한 105구를 꽉 채웠다. 대전고 2학년 에이스 한규민 역시 14일 강릉고와의 준결승전에서 102구를 던져 이날 등판이 불가능했다.
16일 서울 양천구 목동구장에서 열린 황금사자기 결승 경기에서 충암고가 우승. 최우수선수상 서원준 선수.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두 팀의 희비는 에이스의 공백을 메워줄 투수의 존재 여부에서 갈렸다. 충암고에는 서원준이있었다. 선발투수 전강윤이 선취점을 내준 뒤 1회 2사부터 등판한 서원준은 9회 1사까지 7과 3분의 2이닝을 5피안타 1볼넷 7탈삼진 3실점으로 막고 승리의 발판을 놨다. 서원준은 4일 경민IT고와의 1회전과 14일 우승 후보 광주제일고와의 준결승에서도 각각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이번 대회 5경기에 등판해 3승을 거둔 서원준은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서원준은 “(김)지율이가 결승을 앞두고 본인 몫까지 잘 던져달라고 응원해줬다”며 “어젯밤에서도 결승전 마운드에서 승리하는 꿈을 꿨다. 경기 직전까지 공 던지는 상상을 계속했을 만큼 간절했는데 MVP까지 받게 돼 벅차다”고 말했다.
16일 서울 양천구 목동구장에서 열린 황금사자기 결승 경기에서 충암고 우수투수상 김지율 선수.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번 대회에서 팀 내에서 가장 많은 20과 3분의1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한 김지율은 우수투수상을 받았다. 김지율은 “(결승전을) 못 뛴 것 말고는 아쉬운 게 하나도 없다. 남은 대회에서 또 우승해 그때는 제가 MVP를 받고 졸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율과 중·고교 동기로 이번 대회 득점상(8득점)을 받은 장민제는 이 말을 듣고는 “다음 대회 MVP는 내가 할 거라 어려울 것”이라며 웃었다.
2004년부터 23년째 충암고 지휘봉을 잡고 있는 이영복 감독은 “(경기 전날인 15일) 스승의 날에 제자들로부터 ‘꼭 우승해서 학교를 빛내 달라’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 4번 타자 신지호가 1회 첫 타점을 내주면서 승기를 잡았다. 우리 선수들이 모두 다 자랑스럽다”고 했다.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안일한 모습을 보이면 불호령을 내리던 이 감독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고교야구는 똘똘 뭉쳐 하나 되는 게 먼저다. 그래서 잔소리가 많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16일 서울 양천구 목동구장에서 열린 황금사자기 결승 경기에서 충암고가 우승했다.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와 우승 깃발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대회 전 다크호스 정도로 꼽혔던 충암고는 대회 내내 선수들이 똘똘 뭉쳐 뜻깊은 우승을 합작했다. 충암고 선수들은 1회전부터 득점 때마다 우승이라도 한 듯 기뻐하며 동료를 맞았다. 자신을 ‘리틀 싸이’라 부르는 1학년 포수 신정민은 이번 대회 한 타석도 서지 못했지만 더그아웃에서 분위기를 이끌었다.
1945년 창단 후 81년 만에 처음으로 황금사자기 결승에 올랐던 대전고는 첫 우승의 꿈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대전고는 고교야구 4대 메이저대회 중 황금사자기 우승만 없어 그랜드슬램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16일 서울 양천구 목동구장에서 열린 황금사자기 결승 경기 준우승 대전고 한규민 선수.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김의수 대전고 감독은 경기 후 적장이자 동갑 친구인 이 감독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건넸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 붙어줘 고맙다. 오늘의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자”고 말했다. 경기 후 홀로 텅 빈 마운드에 오른 한규민은 “언제 다시 황금사자기 결승 마운드를 밟아보겠나 싶어 잠깐이라도 올라봤다. 아쉽지만 형들과 이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올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조영우 기자 j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