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고 조준혁. 스포츠동아DB
‘역전의 명수’ 타이틀이 군산상고에서 광주일고로 옮겨가는 걸까. 광주일고가 또 한 번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썼다. ‘에이스’인 3학년 조준혁(18)의 호투가 있어 가능한 결과였다.
광주일고는 3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2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동아일보사·스포츠동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경남고와의 4강전에서 3-2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선착했다. 광주일고는 ‘우승 후보 0순위’로 꼽히던 경남고를 꺾으며 2010년 이후 8년만의 대회 우승을 노리게 됐다.
1라운드를 부전승으로 통과한 광주일고는 4강전까지 4승을 따냈는데, 이 중 3승이 역전극이었다. 주로 추격하는 입장에서 경기를 치렀음에도 강력한 뒷심을 과시했다. 광주일고 성영재 감독도 “매 경기 쫓아간다는 입장이다. 어린 선수들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똘똘 뭉치는 집중력으로 역전극이 이어지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광주일고는 1-0으로 앞선 1회부터 수비 실책으로 2사 1루 위기에 몰렸다. 벤치는 상대 4번타자 노시환에게 자동 고의4구 사인을 냈다. 2사에 베이스가 비어있지도 않은 상황이라 다소 의외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후속 이주형이 우중간 가르는 2타점 3루타를 때려냈다. 광주일고의 선택이 패착으로 흐르는 듯했다.
하지만 ‘에이스’ 조준혁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1회 추가 실점하지 않은 조준혁은 7회까지 이렇다 할 큰 위기 없이 경남고 타선을 잠재웠다. 그 사이 타선도 응답했다. 6회 유장혁의 희생플라이로 균형을 맞춘 광주일고는 8회, ‘초고교급’ 서준원 상대로 역전까지 이끌어냈다. 이날 경남고는 서준원을 비롯해 최준용, 이준호 등 팀내 최고의 투수진을 모두 기용하고도 조준혁 혼자 버틴 광주일고를 넘지 못했다. 이날 조준혁은 7.2이닝 5안타 2사사구 3삼진 2실점(비자책)으로 대회 2승째를 기록했다.
경기 후 성 감독은 “(조)준혁이가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 긴 이닝을 소화해준 덕에 결승에서 준혁이를 제외한 모든 투수를 낼 수 있다”고 감사를 전했다. 조준혁은 “경기 초반 위기는 내 꾀에 내가 말린 것이었다. 1회 2실점으로 오히려 긴장이 풀리며 남은 이닝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4강전에 선발로 나선다는 것은, 결승전에 올라가더라도 등판할 수 없다는 의미다. 나에게는 오늘이 결승전이었다. 모든 걸 걸고 던졌다”며 “나 혼자 경남고를 상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뒤와 벤치에 동료들이 있었다. 그들의 힘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고 말했다.
목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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