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고 성영재 감독(47·사진)은 31일 황금사자기 우승을 확정 지은 뒤 눈시울을 붉혔다.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얻어낸 선수들이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제물포고와의 16강전을 앞두고 이번 대회 목표를 묻는 질문에 성 감독은 “8강 진출이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광주일고는 이번 대회에서 덕수고, 경남고 등 강호들을 차례로 꺾고 정상에 섰다. 대구고와의 결승을 앞두고 성 감독은 “경기를 치를수록 우리 선수들의 실력이 느는 게 눈에 보였다”고 말했다. 성 감독의 기대대로 광주일고 선수들은 결승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갖고 있는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상대 선발 이승민의 변화구를 적극적으로 노리라는 성 감독의 주문을 받아들여 1회에만 5안타를 몰아쳤다.
성 감독은 “늘 선수들에게 우리보다 강한 팀도, 약한 팀도 없다고 말한다. 오늘도 기죽지 말고 제 실력을 발휘하되 늘 배우는 자세로 나서자고 했다”고 말했다.
1989년 광주일고를 졸업한 성 감독은 1993년 쌍방울 2차 1순위 지명을 받아 프로에 데뷔해 1999년 쌍방울이 해체될 때까지 간판 투수로 뛰었다. 1996년에는 10승 5패 평균자책점 2.37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2004년 은퇴 후 LG 코치, 스카우트 등을 거친 뒤 2016년 모교 광주일고 지휘봉을 잡은 성 감독은 이번이 전국대회 첫 우승이다. “지더라도 상대를 힘들게 하자고 말했다. 잘 치고 잘 던지고 열심히 달리는 게 야구의 기본이다. 기본에 충실해준 선수들이 고맙다.” 헹가래를 받는 성 감독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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