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 대구고와 강릉고의 경기가 열렸다. 강릉고가 대구고에 13-4로 승리를 거둬 우승을 확정 지은 후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목동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강릉고가 창단 46년 만에 황금사자기를 품었다.
최재호 감독이 이끄는 강릉고는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동아일보사·스포츠동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결승전에서 대구고를 13-4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쉬움을 깨끗이 씻어내며 황금사자기의 주인으로 우뚝 섰다.
강릉고에 황금사자기는 유독 사연이 깊은 대회다. 지난해 고교 ‘최대어’로 꼽히던 좌완 김진욱(롯데 자이언츠)을 결승전에 내고도 김해고에 석패해 최 감독과 선수들은 올해 대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달랐다.
이날 결승전을 앞두고 최 감독은 “(김)진욱이를 내고도 지난해 결승에서 패했다. 대구고가 파워를 비롯해 전체적인 전력에서 우리보다 앞서있지만, 우리는 우리의 야구를 통해 좋은 결과를 내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강릉고의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선발투수 이전재가 1회초 대구고 테이블세터 이재용과 진현제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일찌감치 강판됐다. 최 감독은 승부수를 띄웠다. 조경민을 곧바로 올려 진화에 나섰다. 조경민은 1사 1·3루 위기에서 대구고 4번타자 이동민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았지만, 이후 타자들을 범타로 돌려세우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3회까지 대구고 선발투수 이로운에게 1점을 뽑는 데 그친 강릉고 타선은 1-1 동점으로 맞은 4회말 대폭발했다. 선두타자 김세민이 볼넷을 골라 출루한 뒤 2루를 훔쳤고, 1사 후 5번타자 정승우가 1타점 2루타를 날렸다. 다음타자 차동영까지 1타점 3루타를 때려 분위기를 완전히 돌려놓았다. 이후 볼넷과 상대 폭투 등으로 2사 1·3루 기회를 이어간 강릉고는 9번타자 허인재의 2타점 3루타로 5-1까지 크게 달아났다. 상대 수비 실책으로 1점을 보탠 강릉고는 4회말에만 대거 5득점했다.
1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 대구고와 강릉고의 경기가 열렸다. 4회말 강릉고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득점에 환호하고 있다. 목동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강릉고의 배트는 5회말에도 쉬지 않았다. 정승우, 차동영, 김륜휘, 허인재가 4회말의 좋은 기억을 다시 한번 살렸고, 연신 안타를 뽑아 대구고 마운드를 허물어트렸다. 3점을 추가한 강릉고는 5회 공격이 끝났을 때 9-1로 크게 앞서며 사실상 승리를 예약했다.
6회말과 7회말 2점씩을 더한 강릉고는 결국 13-4, 9점차 대승으로 황금사자기 첫 우승을 자축했다. 8회초 수비에선 보기 드문 삼중살까지 엮어내는 등 이날 본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냈다.
5번타자 정승우는 5타수 4안타 3타점 2득점으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또 선발출전한 선수들 중 무려 6명이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타선 전체가 골고루 터지면서 장단 17안타로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마운드에선 2번째 투수 조경민이 3.2이닝 무실점, 3번째 투수로 나선 에이스 최지민이 4.1이닝 1실점으로 팀 승리에 앞장섰다. 이날 4명의 강릉고 투수들이 내준 4사구는 고작 1개에 불과했다. 최지민은 대회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