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개막한 지 한 달여 만에 고교 야구도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으로 처음 막을 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반기 주말리그를 치르지 못해 추첨으로 선발된 41개 팀이 11일부터 12일간 황금사자 트로피를 차지하기 위한 열전에 들어갔다.
올해 고교 야구의 첫 경연답게 경기장 안팎에선 야구가 그리웠던 청춘들의 열기가 느껴졌다. 코로나19 여파 속에 관중은 없었지만 선수들은 “우리 스스로가 응원단”이라고 힘줘 말했다. 더그아웃에 자리 잡은 선수들은 큰 소리로 자기 팀 선수들을 응원했다. 동료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그라운드 위 선수들도 공격에서는 한 베이스를 더 가기 위해, 수비에서는 타구를 잡기 위해 몸을 날렸다. 전력을 다해 공을 던지는 투수들의 기합 소리도 야구장에 메아리쳤다.
홈 플레이트 뒤편에서는 올해 고교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볼 수 없어 속을 태웠던 프로 스카우트들의 눈이 빛났다. 스카우트들은 매의 눈으로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를 마치 사진이라도 찍는 것처럼 주의 깊게 살폈다. 흙 속의 진주를 캐기 위해서였다.
향후 프로무대를 주름잡을 예비 스타들이 경기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마음 놓고 에너지를 쏟을 수 있도록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선수들의 체온을 철저하게 확인하고 관계자들이 오가는 동선마다 ‘귀찮을 만큼’ 여러 차례 소독제를 뿌렸다. 황금사자기 대회 직전부터는 ‘환한 스마일’ 캠페인을 펼쳤다. 환기하기, 한 방향으로 앉아 식사하기, 스스로 예방에 힘쓰기, 마스크 착용하기, 일일 두 차례 발열 체크하기 등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주요 수칙의 머리글자를 따 선수들이 쉽게 이해하게끔 했다. 선수들은 예방 수칙에 따라 더그아웃에서는 마스크를 낀 채 자신들의 열기를 분출했다. 경북 안동에서 온 영문고 선수들은 이마부터 얼굴 전체를 덮는 ‘투명 마스크’를 착용해 코로나19 예방에 만전을 기했다.
그동안 못 뛴 한을 풀기라도 하듯 대회 첫날부터 명장면이 속출했다. 올해 1월 창단한 막내 팀 서울컨벤션고는 성지고에 6-0, 지난해 11월 창단한 나주광남고는 세현고에 7-0(8회 콜드) 완승을 거뒀다. 더 많은 기회를 찾아 전학 온 선수들이 똘똘 뭉쳐 잊지 못할 창단 첫 전국대회 승리를 거뒀다. 사이클링히트에 홈런 하나 부족한 맹활약(4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을 펼친 서울컨벤션고 김호영(17·2학년)은 “정말 야구가 하고 싶었다. 창단 첫 승리의 기세를 몰아 황금사자기 우승도 넘보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코로나19는 아직 종식되지 않았지만 그라운드 위 피 끓는 청춘들의 기세를 꺾지는 못했다. 선수들은 지킬 건 지키면서 그동안 쌓아올린 실력을 씩씩하게 발휘했다. 그들의 밝은 표정과 함께 한국 야구의 미래도 밝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