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제 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춘천 강원고등학교와 서울 우신고등학교의 경기가 열렸다. 5회말 1사 1, 2루에서 강원고 이종욱이 2타점 3루타를 날리고 있다. 목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 그리고 넓은 외야 수비까지…. 강원고 중견수 이종욱(18)이 ‘전설’ 이종욱 NC 다이노스 작전·주루코치(40)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팀 승리에 앞장섰다.
강원고는 1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스포츠동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주최) 5일째 우신고와 32강전에서 7-0,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선발투수로 나선 사이드암 신동화는 볼 끝의 움직임을 앞세워 7이닝 3안타 4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 첫 완봉승이다.
타선에선 3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출장한 이종욱이 빛났다. 1회말 몸에 맞는 공을 시작으로 3회말 첫 안타를 신고했으며, 0-0으로 맞선 5회말 1사 1·2루 찬스선 선제 결승 2타점 좌중간 3루타를 날렸다. 경기 후 김정수 강원고 감독은 “(이)종욱이는 우리 팀 주축 타자다. 물꼬를 잘 터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경기 후 만난 이종욱은 “정말 좋다. 사실 전날(14일) 밤 동료들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오래 기다린 만큼 꼭 첫 승을 하자’고 다짐했다. 그 바람이 이뤄져 기분 좋다”고 밝혔다. 선제 결승 2타점 3루타 상황에 대해선 “상대 투수가 앞 타자를 상대로 볼을 많이 던졌기 때문에 속구만 노렸다. 운이 따랐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강원고 선수들은 1승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이미 절반의 성공이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리 없다. 이종욱과 완봉승 투수 신동화는 “시작이 좋으니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름은 물론 플레이스타일, 혈통까지 이종욱 NC 코치와 닮아있다. 이 코치는 2006년 두산 베어스에서 데뷔해 NC를 거쳐 13시즌 동안 1446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1, 41홈런, 543타점, 843득점, 340도루를 남긴 2000년대 후반 KBO리그의 간판 외야수다. 강원고 이종욱은 “이 코치님과 먼 친척이다.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같은 전주 이씨고, 친척관계라고 아버지께 들었다”고 밝혔다.
먼 친척, 그리고 같은 이름의 선수를 보고 야구에 흥미를 느꼈다. 이 코치 때문에 자연스레 두산의 팬이 됐다. 유치원에 다니던 2008베이징올림픽 때 아버지와 함께 야구를 본 게 시작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인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했고, 황금사자기 첫 승까지 맛보게 됐다. 이 코치의 이름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며 롤 모델을 물었는데 “민병헌 선수(롯데 자이언츠)를 좋아한다”는 반전의 답이 돌아왔다. 중장거리 타구를 생산하는 우타자에게는 민병헌의 스타일이 더 적합할 수 있다. 이종욱일까, 민병헌일까. 강원고 이종욱의 종착지가 어디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둘 모두 KBO리그의 전설임은 분명하다.
목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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