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상원고 에이스 김현이 1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1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마산고와 경기에서 승리 직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목동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오타니의 영상을 보고 배웁니다.”
대구상원고 에이스 김현(18)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상원고는 1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1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전반기 주말리그 왕중왕전(스포츠동아·동아일보·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에서 마산고를 3-1로 꺾고 8강행 티켓을 따냈다.
양 팀의 맞대결은 전날(9일) 5회초 직후 우천 서스펜디드 선언된 터라 이날 5회말부터 경기가 속개됐다. 경기 전 만난 상원고 이종두 감독은 “어제 했어야 하는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진 않을까 우려한 것이다. 전날 3회부터 등판한 천영길 대신 김현을 6회부터 마운드에 올린 것도 그래서였다.
김현은 이 감독의 기대에 완벽하게 보답했다. 4이닝 동안 46구를 던지며 안타 없이 볼넷 1개만 내주고 2삼진 무실점의 노히트 피칭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반면 마산고는 에이스 김시훈(8이닝 6안타 5사사구 8삼진 3실점)을 그대로 밀어붙였지만,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이날 김현의 투구는 눈부셨다. 공 16개로 6~7회를 막아내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팀이 역전에 성공한 8회에는 2사 2루에서 마산고 3번타자 류재현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과감하게 빠른 공을 택했다.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포수 이유석과 뜻이 통했다. 힘과 힘의 대결에서 김현이 이긴 것이다. 1점차 리드 상황에서 1루수의 송구 실책으로 선두타자를 내보내고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이 특히 돋보였다.
김현은 183㎝·83㎏의 체격을 지닌 상원고의 에이스. 2018시즌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참가 자격을 갖춘 3학년이다. 대회 첫 경기인 5월5일 세광고전에서 2.2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던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현도 “첫 경기에 대한 부담감과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8강행을 확정지은 뒤 만난 김현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그는 “어제 비가 와서 경기가 미뤄졌다. 또 우리가 지고 있어서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팀 승리만 생각하며 책임감을 갖고 던졌다”며 “첫 경기 후 영상을 보며 부족한 부분을 수정했다. 오늘은 자신 있게 직구를 많이 던졌다. 이제는 한결 홀가분하다. 프로에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선 변화구 제구를 더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야구를 시작했다는 김현은 오타니 쇼헤이(니혼햄)의 영상을 보며 배울 점이 많다고 외쳤다. 오타니는 시속 160㎞가 넘는 강속구와 포크볼을 지닌 일본프로야구(NPB) 대표 투수다. “아버지께서 야구를 워낙 좋아하셔서 나도 자주 보다 보니 어느 순간 야구에 매료됐다. 지금도 아버지께서 많이 응원해주신다”고 고마움을 전하며 “딱히 롤 모델을 정하진 않았지만, 오타니를 보면서 배운다. 공이 워낙 빠르고 또 잘 던진다. 영상을 보고 배우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